
혼자 제주도에 갔다.누가 권한 것도 아니고, 같이 가줄 사람도 없었다.그냥 어느 날, 비행기표 가격을 보고 “갈까?” 하고 결제해버린 여행이었다.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기부터 달랐다.서울보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게 진짜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.버스 타고 이동하는 동안, 귤 과즙 같은 햇빛이 차창 밖에 쏟아졌다.근데… 진짜 바람이 장난 아니더라.혼자 여행하면서 바람이 이렇게 기분에 영향을 줄 줄 몰랐다.머리는 날리고, 목소리는 바람에 묻히고, 모자는 어디론가 갔다.산책하는데 나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흔들리더라.하지만 혼자니까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다.성산 일출봉 근처 벤치에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데,그 적막함이 오히려 위로 같았다.누가 말도 안 걸고,아무도 나를 급하게 부르지 않고,그냥 나 혼자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