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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릉도는 항상 ‘한 번쯤 가보고 싶다’는 목록에만 존재했다.
그리고 어느 날, 그 ‘한 번쯤’을 실행해버렸다.
솔직히 말하자면, 그 선택은 멀미와 함께였다.

포항에서 배를 타고 출발.
날씨는 좋았다. 문제는 파도였다.
출항 전 멀미약 하나 삼키면서
“이제 괜찮겠지”
라고 생각했지만, 그건 희망회로였다.
배가 흔들릴 때마다 내 자아도 흔들렸다.
선실 안은 조용했지만, 속은 소란스러웠다.
멀미는 눈으로 오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온다.
하지만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,
그 모든 고통이… 솔직히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.
섬은 섬다웠고, 바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랬다.
서울에서 본 파랑과는 급이 다르다. 여긴 물감이 아니라 실물 필터.
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,
아직 속은 좀 울렁였지만
그 불안정한 느낌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.
걷다 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,
말 그대로 섬에 고립된 나 혼자라는 사실이
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.
도시가 멀어질수록,
내가 조금씩 살아나는 기분이었다.
총평
• 좋았던 점: 풍경이 모든 걸 용서해줌. 파도만 빼고.
• 아쉬운 점: 배에서의 나는 감성도 못 느끼는 기계.
• 추천 대상: 인생에서 약간의 고통도 감내할 수 있는 사람
• 팁: 멀미약은 사랑. 고함량으로. 사탕도 챙겨라. 눈 감으면 정신 날아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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